내 인생의 보석, 이주민 여름캠프
김형진
경남이주민들의 인권을 책임지는 경남이주민센터에서의 생활을 이제 갓 1년을 채운 아직까지 새내기, 풋냄새가 가시지 않은 실무자로서는 벅찬 일이었지만 2015년 다문화역사문화기행 여름캠프 총괄로 이번 여름캠프를 준비하게 되었다.
여름캠프 경험도 이제 겨우 1회를 맛본 나로서는 이 큰 행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라는 막연한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여름캠프의 준비상황들을 모아둔 자료집을 훑어보는 것으로 여름캠프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18년의 자료를 쭉 훑어보면서 막연한 노동으로서의 여름캠프가 아닌 이 행사의 진짜 의미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이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여름캠프가 부족한 예산가운데서도 왜 진행되어야만 했는지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얻은 것이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여름캠프를 통해 얻은 가장 값진 보석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준비하는 내내 힘들지 않을 수 없었지만 힘들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캠프는 어땠나? 올해 여름캠프는 폭염이 지속되었고 유례없이 자원 활동가 인원수가 적었다. 역대 최소 인원을 가지고 2박3일간의 여름캠프를 운영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캠프가 하루하루 진행되어질수록 선발대로 뽑힌 인원들이나 실무자들이나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리고 매년 계속되는 것이지만 이주민들의 불만사항도 적지 않았다.
캠프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야근한다고 체력은 이미 고갈난 상태고 폭염으로 후텁지근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신경질 나고 화가 날 만한데, 누가 그랬던가, 위기에는 본인이 가진 철학이나 중심생각이 그 사람의 마음을 컨트롤하고 결국에는 참고 이겨내게 할 수 있다고.. 이때 준비 자료집을 보며 여름캠프가 가진 가치를 새기게 된 것이 빛을 발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이주민센터가 이들의 타향에서의 설움과 지침을 위로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그들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는 동정심이 아닌 사명감의 바로 이 가치 말이다.
여름휴가는 보통의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히 1년에 한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타향에서 임금이 높은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일하는 이들에게 휴가는 조금 다른 색깔로 보여 진다. 이들에게 휴가는 당연히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도 아닐뿐더러 같은 국가 사람들끼리 모여서 어디를 떠난다는 것 또한 엄두내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런데 경남이주민센터에서 매년 준비하는 여름캠프를 통해 이주민들은 국가별로 수십 명이 모일 수 있는 울타리를 제공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휴가로서의 흥이 난다는 것이다. 함께 모여서 2박3일 동안 그 나라만의 음식을 먹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변에서, 그리고 각 지역의 의미 있는 곳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진짜 휴가를 다녀오게 되는 것이다.
캠프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한여름 더할 나위 없이 고생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가치가, 이 의미가 고생스러운 일을 넘어서게 하고 여름캠프를 오늘도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지나고 보니, 고생스럽지만 의미가 있는 곳에 나의 열정이, 노력이, 시간이 심지어 스트레스까지도 쓰여 졌다는 게 감사하다
이 의미 있는 일이 이주민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내가 바로 이 단체의 일원이다. 내 나이 서른 즈음에 경험해 볼 수 있는 아주 가치 있는 일들 중 이만한 일은 없을 듯 하다. 좋은 인생경험을 하며 올해 여름캠프도 이렇게 지나간다. 나는 무지개 일곱색깔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듯이 한민족과 이주민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게 노력하는 오작교로서 오늘 또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회 센터의 열악한 가운데서도 일하는 실무자 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