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우나 야무져 보였다. 우리 지역의 다문화 소년 소녀들을 모아 ‘모두’라는 다문화 합창단을 결성하고 해마다 ‘통해야 콘서트’ 무대에 서왔지만 아직도 1500여 관객 앞에 서는 일은 부담이다. 하지만 단원 모두의 표정엔 잘해내겠다는 각오가 보인다.

‘도라지’, ‘아리랑’, 낯익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사한 두 곡의 민요,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살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 ‘a song of peace’까지 열과 성을 다한 무대는 감동의 박수로 이어졌다. 무대를 마치고 돌아서 나온 아이들의 얼굴은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과 노래로 하나된 기쁨으로 가득했다.

이주민 190만명 시대이지만 대한민국은 성숙한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말하기 낯부끄러운 현실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주민들은 희망과 좌절 사이에서 널뛰기를 한다.

공공 도서관과 함께 다문화 책 읽기 강의를 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요즘은 도시지역도 다문화 가정 출신의 학생이 없는 학급이 드물다. 그만큼 우리 현실이 국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마음의 국경은 약하면서도 때로 매우 견고하다. 똑같은 한국인인 아이들이 어머니의 출신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고립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단일민족의 의식적 굴레가 참으로 크고 무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곳에 반드시 답도 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명료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마음을 합한 노래에서 찾는다.

 중국, 베트남, 우즈벡, 캄보디아, 베트남…. 각기 다른 나라 출신의 엄마를 둔 한국 아이들이 마음과 목소리를 합하여 평화를 노래하는 모습은 뭉클하다. 아이들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른 그룹 ‘동물원’의 리더는 ‘올해 만났던 가장 감동적인 무대’라는 칭찬으로 아이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엄마 손을 잡고 팔랑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에 날개가 돋은 것 같았다. 감동의 무대를 함께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의 벽에도 작은 실금이 생겨났다.

윤 은 주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운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