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 ‘앗살람 알라이쿰’ 목요일 오후면 다문화 도서관이 시끌벅적하다. 각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들의 다문화 이야기의 장 ‘다문화 톡톡’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문화를 서로 비교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한국의 문화도 배우는 뜻깊은 배움의 시간이다.

문화란 인간이 살면서 만들어가는 삶의 양식의 총체이다. 그것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정의할 수 없는, 다만 서로 다른 형식의 문제일 뿐이다. 다름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임을 우리는 역사의 사례에서 얼마든지 보아 왔다. 온돌은 발해를 한국의 역사로 포함시키는 데 중요한 증거로 쓰일 만큼 고유한 우리 민족의 난방 방식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성과 효능이 입증된 온돌을 철저히 서구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접목한 한국형 아파트가 그토록 인기를 끄는 것은 융합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결혼이주 여성들과 함께 한국 전래동화를 공부하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신기할 만큼 비슷함은 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들의 옛 이야기 ‘해님 달님’과 똑같은 이야기가 중국에도 있고, 우리들이 쓰는 12간지가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에도 같이 쓰이는데 베트남에는 고양이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참 다르고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무조건 한국어만 사용하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댁에서 아이들에게 자국 언어를 가르치라고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다. 물론 아직 중국어 등의 거대 언어권의 사례이긴 하지만 이제 곧 언어의 다양성을 지켜 나가고 그것이 큰 능력임을 알게 돼 베트남 등 다양한 엄마나라의 언어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 막연한 기대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생산성이 높다는 이유로 단일 감자 품종만 고집한 결과 아일랜드인들이 겪었던 감자 기근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도, 삶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앞에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다양성은 힘이 세다.

윤은주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운영실장)